가을 단풍이 마지막 붉은 빛을 내려놓고, 자연은 서서히 겨울의 문턱을 넘고 있다.
나무들은 잎을 떨구며 혹독한 추위를 준비하고, 동물들은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 저마다의 겨우살이를 시작한다. 자연 생태계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준비하듯, 조경인들도 자연의 섭리를 따라 움직였다. 다만 그들의 겨울나기는 혼자가 아닌, 이웃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한국정원조경연합회 회원을 비롯해 (사)미래를 함께하는사람들, 호남대학교 등 봉사자 100 여명은 23일, 전남 나주시 봉황면에 소재한 광주하나문화교류센터 농장에서 '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는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배추 500포기를 김장 김치로 담아 탈북민과 지역의 장애인, 독거노인 가정에 전달했다.
봉사자들은 배추 500포기 김치를 담아 탈북민과 지역의 장애인, 독거노인 가정에 전달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수백 포기의 절임 배추를 나르고, 고추와 마늘 등 다양한 양념으로 만든 속을 포기마다 정성스럽게 발랐다. 흐르는 땀방울 속에는 단순히 온기를 전달한다는 의미 이상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미래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윤현석회장은 "목숨 걸고 대한민국에 들어와 자신들의 정착에도 많이 힘들 텐데 소외된 분들을 위해 따뜻한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해 지난해부터 같이 합류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탈북민과 함께 나누는 행사의 뜻을 밝혔다.
행사에서는 또 후원금도 전달돼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더욱 빛나게 했다.
후원금을 전달한 한국정원조경연합회 김경섭회장은 "연합회원 많은 분들이 부부동반으로 새벽부터 나오셔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오늘의 행사에서와 같은 자세와 마음으로 함께한다면 모든 것들이 잘 되리라 굳게 믿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한 포기 김치에 담긴 연대의 약속
배추 한 포기의 값은 크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겨울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하루 세끼 밥상에 올릴 찬거리가 없어 맨밥도 마다하지 않는 이웃들에게 김치는 따뜻한 밥상과 아랫목, 그리고 인간적인 존엄을 상징한다. 그래서 김치를 담궈 나누는 일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겨울을 함께 견디자'는 연대의 표현이다.
어쩌면 김치 담그기는 우리가 자연의 순리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의 하나이다. 자연 속 생명체들이 겨울나기를 위해 서로 체온을 나누듯,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누군가의 추위를 함께 덜어주는 일은 공동체가 건강하게 작동하는 증거다. 그 한 포기의 배추김치 속에는 '함께 사는 사회'라는 약속이 숨어 있다.
"손끝이 시릴수록 마음은 따뜻해져"
김치 봉사에 참여한 한 자원봉사자는 "김치를 담글 때는 힘들지만, 그 김치로 밥상에서 따뜻하게 한 끼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녹는다"고 말했다. 손끝이 시릴수록 마음은 오히려 따뜻해진다. 그것이 바로 김치 봉사가 주는 묘한 온기다.
추운 겨울, 김치 한 조각은 단순한 밑반찬이 아니라 희망의 원천이다. 나누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따뜻해지는 이 작은 실천이야말로, 겨울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따뜻한 장면이다. 자연이 계절의 순환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듯, 조경인들은 나눔의 손길로 공동체의 온기를 이어가고 있다.


